제7회 복합문화공간에무 공모 선정작 전시 《이야기된 기호》 김영진, 허성진 2018. 10. 19 - 11. 02






 





​| 전시서문


제7회 복합문화공간에무 전시공모에 선정된 김영진, 허성진 작가의 <이야기된 기호>를 2018년 10월 19일부터 11월 2일까지 본사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경험한 ‘공간’(이미지)을 ‘글’로 해체하여 나열한 다음 우리가 읽고 상상할 수 있도록 작업하는 김영진 작가의 작품과 ‘글’로 만들어진 ‘그림’(이미지)을 통하여 이야기와 그림의 필연적 관계를 나타내고자 하는 허성진 작가의 서로 반대되는 개념의 작품이 연결되는 구조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방향성이 다른 두 작품이 공존하며 연결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이야기된 기호>에서 우리는 두 작가가 각각 어떻게 전시를 해석하고 풀어나가는지에 주목한다.
 
복합문화공간에무 갤러리




 




 
| 작가노트

 
주기적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생활의 특성상 매번 낯선 공간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거주공간을 경험한다. 거주지를 이동하며 공간의 유동성과 실체 없음을 경험하고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추상적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 개인전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상상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책의 형식으로 구현한 후 무한한 공간 속 도시를 만들었다. 여기서 나타나는 건물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으로 관람자가 책을 넘기며 읽는 과정으로 다시 구체화하여 가상공간으로서 경험된다. 이는 내가 만들어낸 색다른 가상현실의 체험공간으로, 작가 자신이라는 정체성이 부여된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도시> 전시의 연장 선상인 작업으로 경험을 통해 인식한 실재 공간을 책이라는 매체를 소재로 작업하여 선보인다. 하나의 건물로 은유 된 한 권의 책을 건축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먼저 문법의 체계를 이용하여 공간을 재구성한다. 그 후 언어로 구조화된 공간을 다시 언어로 해체해 나가며 언어와 공간에 관한 탐구와 실험을 이어 나간다.
 
김영진
  

| 작가노트


그림이 있던 자리
 
‘~이 있던, ~이었던’, 이 과거형은 ‘지금은 부재 한다’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대상의 부재를 통해 그것의 존재를 더욱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은 부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더욱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그림이 있던 자리를 그린다. 그 자리에서 내 작업은 출발한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에 강한 회의를 느꼈다. 어쩌면 이미지를 생산하는 행위, 과정, 목적 전부에 회의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는 이미지와 글 그리고 작가의 관계에 주목해 글을 쓰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작가와 그림, 이야기의 삼각관계’라는 생각의 도구를 통해 작품을 보기 때문이다. 그 셋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관계이다.

이야기는 작가에게 소재를 제공한다. 이야기와 그림은 작가를 가운데 두고 협상이 필요한 거래관계이다. 작가에게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마저 사라질 것이다. 반대로 작가에게 이야기가 과잉되면, 그림은 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나와 내 그림 그리고 내 글과의 관계에서 내 글은 내 그림에 침입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림을 이끈다. 그래서 나는 이미지를 만들기에 앞서 이야기구조를 가진 글을 먼저 쓴다. 그것은 때로 소설 형식이기도 하고 때로는 한 문장의 시가 되기도 한다. 2015년도에 쓴 글은 <침대 밑 책 한권의 이야기>라는 소설로 완성이 되었고, 나는 그 소설을 기점으로 그림이 없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나는 그림과의 소통장애로 종이에 그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글씨를 쓰고 지우고 벗겨내고 덮어버린다. 그것은 글로 된 그림이다. 그렇다면 ‘그림이 있던 자리’를 그린, 내 글로 된 그림은 그림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림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연인이 없는 자리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연인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과 같다. 내 그림은 내 옛 그림에 대한 장례와 환생한, 그래서 새로 올 그림의 조우이다. 내 그림은 내 글을 포함하고 내 글 또한 내 그림을 포함한다. 그들은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림이 있던 자리에서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