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고틀을 위한 저항과 모색

 


 

  • 새로운 사고틀을 위한 저항과 모색

    작가명 : 김영철

  • 전시기간 : 2010.11.13 - 2010.12.11

  • 전시장소 : 복합문화공간 에무

  • 전시문의 : T 02. 730.5604

  •  












이미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한계가 명백해 보인다.

나는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사각 틀 형태로 인식한다. 사각 틀 안에 정제된 내용을 담고, 짜임새 있게 배치하는 것이 내 임무로 여겨진다. 
그래서 수많은 법칙을 암기하고 변칙의 경험을 나만의 노하우로 삼는다. 때로 그것이 능력으로 비춰지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사각 틀이 비좁다는 생각이 들면 더 큰 틀로 옮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마도 한국 프로축구 선수가 
유럽의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욕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놀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틀의 크기와 행복의 크기가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틀은 나를 ‘구속’한다는 것, 그래서 반항하고 싶다는 것. 틀을 깨뜨린다. 자유로워질 거라는 믿음으로. 
그런데 이상하다. 뭔가 불편하다. 이것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는가? 도대체 모르겠다. 틀을 깼는데 또다른 틀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 사고의 틀은 누가 규정한 것일까? 전통, 제도, 관습, 철학, 도덕 들은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너? 나? 혹시 너와 나의 공모? 
물음은 꼬리를 문다. 그러나 이러한 물음마저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제도와 관습, 그리고 체계화된 지식의 견고한 틀을 벗어난 
상상이나 감정 따위는 이해할 수 없는 방언일 뿐이다.

틀을 벗어날 수는 없을까? 아니 틀의 경계까지라도 가 볼 수는 없을까? 틀의 안과 밖,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곳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정신과 육체, 진실과 거짓,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내 사고를 규정하는 틀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다. 
그리하여 쉴 새 없이 터지는 방언을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이 전시는 ‘새로운 사고 틀을 위한 저항과 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습과 강의, 그리고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사고 틀을 해체하는 과정을 담았다. 
주체적으로 걸러 내지 못한 ‘이식된’ 사고 틀에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며, 새로운 틀을 모색하기 위해 틀의 경계에 접근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