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振動)



진동(振動)
2015.05.05 ~ 05.30
 



모든 사람은 의식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의식은 삶의 표면일 뿐 심층에서 마그마처럼 꿈틀대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데카르트가 Cogito(I think, therefore I am)를 통해 주체를 신에게서 인간으로 가져오고, 니체가 신을 죽이며, 프로이트와 라캉을 위시한 정신 분석학이 인간의 자아가 형성되는 순간 발생하는 결핍과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한 무의식적 욕망을 언급한 지금, 무의식에서 파생한 본능적 충동과 욕망에 대한 탐구는 예술가한테는 이미 기본적인 것이며, 나아가 언어의 위상에서 메타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층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 교육과 고정관념 따위로 개인의 삶은 언어를 잃어버린 기계음의 반복, 혹은 터부에 갇힌 소란스러운 독백이다. 이번 전시는 두 명의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내밀한 문제와 맞닥트려 씨름하는 과정의 산물이자, 그 결과물로서 현대사회에 던지는 근원적 질문이다. 우리는 묻는 자의 에너지에서 만물과 무의식적으로 연결되는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불안한 꿈의 기념비 – 이 마리아


꿈이 세상에 나오기를 불안해 하는 것. 그것은 공포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공포를 기념함은 공포의 피안에 도달하려는 욕망이다. 이 욕망을 부추기는 진동을 축복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 – 이 현



내면에 잠재 되어있는 무의식은 또 다른 현실의 휴식처이다. 어떠한 규정과 틀 안에서 보호되며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잠재된 본능과 감성은 가장 편안한 아지트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기획자 김상민


 


<작가노트>

꿈은 불안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거부하려 들수록 꿈은 깊어지고 어둠은 짙어진다.

짙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하려 할수록 기억은 이내 곧 사라지고, 다시금 회상하기 마련이다. 꿈과 현실이 마주 했을 때의 나의 모습은 그저 고요한 달빛과 같아 소리가 없다. 마치 긴 터널의 여정과 같이 내 안의 어둠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끝을 향한 과정은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내 삶마저 종속 시킨다. 어린 날의 기억은 수많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한 채, 불편한 추억으로 그날을 기념한다.

헤겔에 의하면 시대 구속적인 개인의 행위를 의미 있는 역사로 승화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지나간 것을 망각하지 않는 ‘기억’이다. ‘기억’은 발생한 일을 ‘나의 것’으로 직시하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명료한 의식이고, 흘러가 버린 과거를 망각하지 않는 것은 동물과 생각하는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에 의해 기억된다는 조건에서만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로서의 현재’에 참여할 수 있다.

‘세계사의 철학 Philosophie der Weltgeschichte’ 中
(저자 게오르크 헤겔, 역자 서정혁)

어린 시절 작가는 꿈이 현실이 되는 반복적 악순환을 경험하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갖는다. 꿈이 곧 현실이 될 거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끝없이 고통 속에서 본인의 존재에 대해 부정한다. 말로 형용될 수 없는 기이한 감각과 현상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암과 같은 존재로 육체적 고통마저 동반하게 된다. 현재를 위해, 고통의 순간과 그 기억마저 허무하게 받아들이는 과거의 자신을 추억하며 불안의 풍경(風景)을 상상하며 기념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공허함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다시금 불안을 추억한다…

– 이마리아 Mariah Lee


 


<작가노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성인이 되어 도시에 혼자 살면서 작가는 공간이 주는 이로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실의 심리적 불완전성을 극복 하기 위해 순수했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한다.

유년시절 도심 풍경 속에서 만들어 갔던 아지트는 작가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새로운 대리적 공간으로 작용하였고, 그것은 물질적인 조건의 외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존재가 존재하는 공간임을 느낀다. 이러한 유희적 활동들은 현재로 와서 과거의 기억으로 재구성 재해석되어 나타난다.

 

유년시절에 접한 만화와 영화에서 신비한 힘을 가진 주인공들의 등장은 주로 기이한 현상에 일어났다.
거센 바람이 불고, 먹구름에 가려져 대낮에도 온 세상이 짙은 회색을 띈다. 사람들의 외출이 줄고 고요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날아 갈 듯 기분을 맡기고 낮과 밤이 구분 안 되는 자연 현상에 신비감을 느끼며 마음을 놓는다. 이런 ‘흐린 날’에는 제 3의 세계로 들어가는 환상의 문과도 같은 기분이다.

– 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