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희展 <인형아, 너 영혼이 있니> 2018. 9. 12 - 9. 30



민지희 작가의 개인전 ‘인형아, 너 영혼이 있니’가 9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복합문화공간 에무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의 제목 ‘인형아 너 영혼이 있니’ 에는 마침표도 쉼표도 느낌표도 물음표도 없다.
이 전시는 인형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확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형의 삶

우린 인형의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를 잃어버렸단 얘기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게 됐다는 겁니다.

인형의 삶은 우리의 삶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게 시작입니다.

인형의 가장 큰 슬픔은 우리의 이미지로 태어났단 사실입니다.
우린 그 이유만으로
인형에게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형에게 영혼이 없다고 말합니다.
있다면 우리의 영혼을 부여받은 그릇일 뿐
그에게 독자적 영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우린 그렇게 나약합니다.
늙고 병든 우리의 몸이 이 짧고 미미한 생을 거두는 순간
우리의 영혼도 꺼진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인가요.

우린 너무 오랫동안 그의 삶을 부인해왔습니다.
자, 더 늦기 전에 인형을 보내줍시다.
그 삶의 모습은 정작 다양하고 풍요롭습니다.

먼저, 인형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우리와 달리 그는 권력투쟁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놀아 줄 대상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십시오.

인형이 귀엽습니까.
그 몸은 우리 어른 몸을 축소시킨 것도, 성장하고 있는 아기 몸을 정지시킨 것도 아닙니다.
그 귀여움의 정체는 시간 밖에 있습니다.

인형은 침묵입니다.
우린 말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습니다. 그리고 남이 나를 침묵으로 대할 때 너무 잘 다칩니다. 인형은 성대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린 그의 메시지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인형은 무관심입니다.
인형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다고요. 거기서 위로를 받는 당신은 아직 그의 삶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인형의 생존권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행성에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인형보다 더 우월하지도 더 열등하지도 않습니다.

우린 인형의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시 인형을 대한다는 건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겁니다.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귀 기울여봅니다.


홍진휘








작가 약력

민지희 MIN GI HI
1991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1993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졸업

개인전
2013 Grandma Fantasia, 이도갤러리, 서울
2011 In Foul Sin For Mirth, 갤러리예당, 서울
2010 CUTOUT, 온갤러리, 서울
2010 G feast, 마로니에갤러리, 쿄토, 일본
2008 Interface,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8 Looking for M, 목인갤러리, 서울
2003 집과 사람, 사간갤러리, 서울
1999 주전자전,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1998 일상, 토아트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2013 독일실버 트리엔날레, 골드스미스센터, 하나우, 독일
2012 슌호벤 실버 어워드 2012, 슌호벤 실버박물관, 네덜란드
2010 Play with Clay 한국현대도예가 22인의 조형도자전, 이도갤러리, 서울
2009 인공의 지평 Pressing Matter,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청주
2009 anima-animal, 함께 가는길, 갤러리소머리국밥, 양평
2009 Salon! 문화를 나누다 전, The Siuter갤러리, 서울
2007 이사람. 그사람. 저사람, 갤러리쌈지, 서울

수상내역
2013 독일, 제 7회 하나우 국제실버트리엔날레, 입선
2012 네덜란드, 스쿤호벤 실버뮤지움 공모전, 입선
2005 세계도자비엔날레국제공모전, 입선
1993 서울 현대 도예 공모전, 특선



기획 복합문화공간에무 기획실장 황경희
진행 복합문화공간에무 협력 큐레이터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