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욱 개인전 - 일반적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2016.10.14 ~ 10.22
* 오픈 : 2016.10.14 pm 6:30
 
제 5회 공모(기획, 전시) 당선작

 


기획 : 김영종 복합문화공간 에무 관장 
전시 실무 : 박희주(큐레이터), 김경훈(큐레이터 어시스턴트) 

 

전시서문 

크고 작게 보이는 것, 검고 노랗게 보이는 것, 느리고 빠르게 들리는 것, 맛이 짜고 단 것 따위는 대상의 본성과 관계없이 인간 신체가 빚어낸 감각이다. 개나 닭, 도토리나무 등 타생명체는 다른 신체조건 하에 있기 때문에 대상을 인간과 전혀 다르게 감각한다. 가히 감각의 상대성원리라고 할 수 있다.   
칸트가 감각의 상대성원리를 발견한 이래 예술은 새로운 대륙을 향해 항해하기 시작했다. 그 항해는 미치광이들의 몫이었다. 모파상은 단편 <<어느 미치광이의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렇지만 인류는 청각, 미각, 후각 없이, 그러니까 소리와 맛, 냄새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신체기관 하나를 덜 가졌다면 우리는 특별하고 감탄스러운 것들을 모르고 살겠지만, 만약 우리가 몇 개의 신체 기관을 더 가졌다면 그동안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던 수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착각하고 있고, 탐구되지 않은, 모르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거지요.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다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은 거짓이고, 모든 것은 가능하고, 모든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작가 이태욱은 <사물을 취하는 방법> 7편과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 2편을 연작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전체 분량의 반에 이를 뿐 아니라 마치 나머지 작품마저 이 ‘방법’의 결과물이기라도 한 듯하다. 감각의 상대성원리를 탐구하고 발견하고 이해하려는 전시로 보인다.   
 左, 右는 연주자가 공연장에 갇혀 있지 않다. 공연장은 숲으로 열려있다. 작가노트에서도 밝혔듯이, 연주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작가가 알고 싶어하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작품은 궁극적으로, 유일한 존재인 너(you)는 상대성 속에서만 발견될 수밖에 없는데, 그 상대성이 작동하는 곳은 뇌나 자아가 아니고 자연이라고 말한다. 유일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어떤 것’이 자연의 상대성 속에서 발견되지 않으면 그것은 도그마, 폭력, 강요가 된다. 작가가 보여준, 현재인간의 ‘사물을 취하는 방법’은 상대성을 배제한 폭력인 것이다.  
악보를 표현한 <4분의 1박자>, <81962분의 11111박자>, <4분의 무한대 혹은 8분의 무한대박자>는 유한한 인간이 무한대에 이르는 길을 암시하는 듯하다. ‘자연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물체가 부딪쳐 공기의 진동을 일으킬 뿐입니다. 인간의 고막은 떨림에 불과한 진동을 소리의 형태로 전달해서 예술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시적인 음악이라는 신기한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어느 미치광이의 편지>>) 이런 과정을 거쳐, 인간식물은 음악의 도취 속에서 무한을 향해 덩굴을 뻗어나간다.  
<노동자와 노동자>에서 노동자는 노동자가 트럭에 싣고 가는 가축(혹은 사물)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 또한 현재인간의 ‘사물을 취하는 방법’의 연장이다. 은 네팔이나 인도의 종교적 장면으로 보이는 삼면화 작품이다. 소, 강, 나룻배, 항아리물을 쏟아붓는 세정의식, 화장을 위한 나뭇단 따위에서 감각의 상대성원리와 짝을 이루는 작가의 우주관이 엿보인다.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 연작 중 한 작품에는 ‘규칙성과 중력’이란 글이 씌여 있다. 이미지와 연관지어서 보면 감각의 상대성원리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메시지이다. 여기서 규칙성과 중력은 서로 충돌하는 힘이다. ‘규칙성’이 상식에 의거하여 사물을 취하는 방법이라면, ‘중력’은 자연의 진실인 상대성이 작동하는 힘으로써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특히, 전시 제목이기도 한 <일반적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란 작품에서는 바로 그 ‘규칙성과 중력’이 담벼락 아래를 걷고 있는 인물한테서 재현되고 있는 듯 느껴진다.  
작가는 “너와 나에 관한 문제 안에서는 일반도 없고 특별도 없다. 나에게 보통이나 일반은 ‘발견하지 못한 것’,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고 작가노트를 끝맺는다. 이태욱은 (모파상의 ‘어느 미치광이’처럼, 알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착각하고 있고, 탐구되지 않은, 모르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예술 작업을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글 : 복합문화공간 에무 관장 김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