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몽 3: 위장된 초록》 2019. 11. 12 - 11. 30



 



ㅣ전시서문


위장된 초록, 거짓을 위한 말잔치
 
언제부터인지 ‘녹색성장’, ‘친환경’, ‘4대강 살리기’, ‘녹색비즈니스’라는 용어가 정부주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설명을 포장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MB는 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새만금사업과 4대강사업은 대한민국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우리의 또 다른 노력이다”라고. 환경 단체 인사들은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4대강 사업과 새만금사업 등은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서도 핵발전소를 친환경사업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 절망을 넘어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민대중이란 작은 거짓말보다는 더 큰 거짓말에 속는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 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원자력발전소에는 대규모 홍보관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홍보관에 들어서는 순간 대부분의 홍보 이미지는 환경 친화적인 색채 초록색으로 분칠되어있다. 청정에너지는 죽으나 사나 핵 밖에는 없다고 속삭인다. 죽은 괴벨스가 부활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인 핵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은 저 ‘위장된 초록색’으로 충분히 제거될 것이다. 국가주의에 길들여진 대중은 자신들이 속는 줄 알면서도 또 다시 속는다. 속아 넘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속이는 사람도, 속는 사람도 모두 속고 속이는 것에 중독된다. 바로 이 지점쯤에서 우리는 저 거짓말의 중독 증세를 끊어야 한다.
 
이번 전시 《위장된 초록》은 핵발전소에 관한 거짓말의 정체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악마들의 맨얼굴과, 거짓말에 중독된 삶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이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작업이지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_핵몽작가모임


 



ㅣ핵몽작가 모임 소개 및 전시 설명


지난 2016년,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핵의 영향력과 원전의 문제점에 대해 생태학적 맥락에서 인식한 예술가들이 ‘동해안원전답사’를 계기로 핵의 망상, 핵의 악몽을 의미하는 ‘핵몽核夢’이라는 이름의 작가모임이 만들어졌다. ‘핵몽核夢’의 예술가들은 지난 몇 년(2016~2019)간 수차례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을 답사하며 기록하고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각자의 예술적 방식으로 표출해왔다. 이들은 때로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한 예술가와 협업하고, 원전 지역의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리서치 베이스의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 과정을 대중과 소통하고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 전시로 구현했다. 2016년 부산에서 시작된 첫 번째 《핵몽》전은 울산, 서울을 순회하며 “신고리 5,6호기 승인 취소”를 요청하는 시급성을 보여준 일종의 게릴라성 전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되었고, 이들의 목소리는 허공 속의 외침으로 그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예술가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2018년, 두 번째 《핵몽》전이 이어졌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뒤늦은 후회에 주목하는 전시를 펼쳤다. 피폭 이후의 삶은 익히 알려진 생리학적 피해만이 다가 아니다. ‘핵몽’ 예술가들은 강제 이주된 난민과 이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버려지거나 소외된 생물의 문제를 구체화시켰다.
그리고 2019년, 세 번째 《핵몽》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장된 초록”이라는 주제 아래, 핵발전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못하게 만드는 전략들을 드러낸다.
 
대규모 원전이 근처에 들어서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방정아, 이동문, 정철교 작가에게 핵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원전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원전으로 다가가는 길은 결코 가깝지 않다.
방정아 작가는 원전 ‘홍보관’을 입력해야만 갈 수 있는, 분명 존재하지만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여정을 작업으로 보여준다. 가상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이상향으로서의 유토피아에 당도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역(逆)유토피아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원전으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낸 이동문 작가는 수년째 원전이 있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언뜻 보면 평온해 보이는 원전 지역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기이한 불안이 깃들어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내다는 선전 아래 발전소는 늘어갔고, 그 속에는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는 안전을 가장하는 초록으로 홍보 이미지 안에서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드러낸다.
고리원전 3, 4호기가 자리한 울주군 서생면에 살고 있는 정철교 작가 역시 원전이 들어선 이후 폐허가 되어가는 마을을 기록해 오고 있다. 효암마을, 비학마을, 골매마을 등이 원전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과정은 이제 그의 그림 속에서만 존재의 역사를 증거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평화로운 -혹은 그렇게 보이는- 바다 풍경을 마주하고 살면서 왜 하필 원전 쪽을 향해 그림을 그리냐고. 그 스스로 고백하듯이, 그 역시 한때는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선전에 호도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 지역 주민으로써 변화하는 마을의 상황을 민첩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돔만 남겨진 지금의 풍경이 애초부터 그 모습이었냥 왜곡되었을 것이다. 그는 한 사람 정도는 이 쪽 -원전의 존재가 벌이는 행태- 을 대면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반문한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아래 자리한 파스텔톤 건물 울진 원전을 답사한 박건 작가는 인위적일 정도로 평화로운 색감의 조화를 보여준 이 현장에서 후쿠시마 사태 이전의 평화를 오버랩하며, 답사에 동행한 핵몽 작가들이 한 날 한 시에 사라지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의 작품 은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가정하여 ‘핵몽 참여작가들의 영정사진을 찍었다. 생몰일을 후쿠시마 사고가 있었던 2011년으로 하고, 유언을 한마디씩 남긴다. 그 때 우리가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외에 인간의 욕망과 유혹을 다룬 , 은폐된 핵의 위험을 경고하는 <위장된 굴뚝> 시리즈, 언제 올지 모를 사고의 불안감을 담은 <...기다리다> 등을 선보인다.
정정엽 작가는 작품 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소를 핵쓰레기로 뒤덮어 버림으로써 멀리 있는, 비현실로만 여겨온 일을 동시대의 일로 만들며, 위장된 평화로움의 망상에서 벗어날 것을 경고한다.
박미화 작가는 작품 <모든 자연은 부활을 기다리며 한숨 짓는다>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문명이 종국에는 스스로를 수인으로 만드는 상황을 보여준다.
토다밴드(TODA Band)는 ‘핵몽’ 작가들의 작품과 협업하여, 한때 우리 사회에서 축복처럼 여겨졌던 원전이 엄청난 위협이 되는 존재를 드러내는 곡들을 한 음반에 담았다. 이번 4집 앨범 표지는 홍성담 작가의 <합천 히로시마> 작품과 협업하였다.
홍성담 작가는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핵몽’의 형상성 원리를 <도깨비불>이라는 작품 안에 집약했다. 전시장에는 이번 기획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담은 그의 작가노트 「도깨비가 왜 울어?」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3년간 ‘핵몽’의 여정을 동행한 이소담 작가가 이번 전시에 새롭게 ‘핵몽작가모임’에 합류하여, 피폭의 흔적을 보여주는 <그날의 흔적> 캔버스 작업 등과 함께 원전 답사 현장을 기록한 드로잉들을 전시한다.
 
단지 그것이 ‘있음’(존재함)으로 해서 유지되는 권력이 있다. 핵발전소는 하나의 프로파간다가 되었고, 시작을 했기에 누구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을 멈추는 데 어떤 사회적 희생이 따르는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기에는 자신의 무능을 입증함과 동시에 이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 키가 되기에 누구도 입에 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핵발전소의 위장 전술은 단순히 안전함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을 둘러싼 공고한 카르텔이 사회의 메인 이슈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카르텔은 누구에게, 어떤 구체적인 이득이 있는지를 ‘숨길 때’에만 유지된다. 이해도 문제, 접근성 문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기피하는 문제에 대해 ‘핵몽’의 예술가들은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작은 발걸음이지만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그것이 왜 존재해야만 하나를 직접적으로 묻는다. 이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가 이 행위의 행위자(agent)인지, 이 정책(regulation)의 기원이 무엇인지, 누가 누구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고 정당성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돈키호테와 풍차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그 싸움의 과정을 드러내는 행위에 가치가 있다.
 
기획 / 양정애 



 



ㅣ전시정보


전 시   제 목  《핵몽核夢 3: 위장된 초록》
                  《Hack Mong(Delusions of Nuclear Power)3: The Green Camouflage》
참 여   작 가  박건, 박미화, 방정아, 이동문, 이소담, 정정엽, 정철교, 홍성담, 토다밴드(TODA Band)
전 시   기 간  2019년 11월 12일 (화) - 2019년 11월 30일 (토)
관 람   시 간  11am - 7pm (매주 월요일 휴관)
전 시   장 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관    람    료  무료(※리미티드 에디션 아트프린트 현장 판매)


오프닝     파티  2019년 11월 12일 (화) 6pm
반핵창작콘서트 2019년 11월 12일 (화) 7pm
                     토다밴드(TODA Band) 반핵창작콘서트 “핵몽核夢”
                     복합문화공간에무 B1 팡타개라지(공연장)
                     무료 공연(※토다밴드 4집 앨범 현장 판매)


주최  /  주관  핵몽작가모임
후           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복합문화공간 에무, 네오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