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노명우 『인생극장』






노명우

1966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이후 파주에 주둔한 미군을 상대로 '레인보우 클럽'을 운영했던 아버지, 그 옆에 미장원을 열어 양공주들의 머리를 말았던 어머니 덕분에 달러 경제의 혜택 속에서 자랐다. 그가 태어났을 무렵은 미군 부대가 철수하고, 그 자리에 한국군이 들어와 레인보우 클럽은 무지개홀로, 미장원은 무지개 다방으로 모습을 바꾼 뒤였다. 유년 시절 어머니의 다방에 앉아 마담과 레지, 군인과 면회객들이 빚어내는 세상 물정의 풍경을 구경하며 자랐다. 그에게 상징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조국의 밝은 미래와 다방 손님들의 울분과 한탄 사이에 놓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이었다. 기지촌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운 풍요 속에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박사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꿈에 닿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미국이 아닌 독일에서 박사가 되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트하가의 비판이론에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열정을 물려받았고, 버밍엄학파의 문호 연구에서는 동시대에 대한 민감한 촉수의 필요성을 배웠다. 현재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 『세상물정의 사회학』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노동의 이유를 묻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계몽의 변증법-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아방가르드』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사회학의 쓸모』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구경꾼의 탄생』(공역) 등이 있다.


카페 에무 북 마스터의 한마디

역사(History)라는 대문자로 쓰이고 읽히는 삶이 아닌, history라는 소문자로 혹은 문자로도 남겨지지 못한 대다수의 삶에 대한 기록.

노명우 교수는 아버지가 태어난 송곡리, 아버지가 첫발을 내딛은 서울역과 만주, 어머니가 태어난 창신동 인근의 낙산공원, 그리고 자신이 두 부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성장한 파주의 삼거리를 직접 찾아가거나, 그 시절 부모님이 보고 당대 이데올로기를 체화했을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 시대를 자신의 이름을 따 명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당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에 자신의 인생을 기록할 수 없었던 그저 그런 사람들, 무명씨들은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살아내야만’ 했다. 부모의 삶을 궁금해 하지 않았던 자식은 그들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아비 어미가 걸어갔던 삶의 경로를 되짚으며 그들을 회고해본다. 이 책은 아들이 대신 쓰는 자서전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

『세상물정의 사회학』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