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n BLACK 2017.8.10-8.31 최상철_오윤석_김범중_김명진




블랙 이라는 코드가 심어 있는 Black'n Black 전은 블랙을 둘러싼 다양한 상징적 의미와 형식적 시도들이 얽혀있는 전시이다. 블랙은 많은 색이 더해짐으로서 만들어지기에 그만큼의 많은 색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블랙'에 집중하는 작품들은 블랙이 가질 수 있는 의미의 최대치를 지향한다. 블랙은 연금술의 화로처럼 많은 것을 끌어 들이며, 외연보다는 내포에 충실하다. 블랙은 진한 내포를 위해 외연을 한정짓는다. 이러한 한정은 빈곤이나 한계이기 보다는, 실험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이 된다. 수많은 색의 얽힘인 블랙에게서는 그만큼 뽑아낼 수 있는 개별적 내용과 형식이 잠재해 있다. 이 전시는 이러한 잠재성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참여 작가들인 오윤석, 김명진, 김범중, 최상철은 그동안 밀도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오일스틱, 목탄, 먹, 아크릴, 연필 등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진 검은 작품들은 감춰진 것을 통해 드러낸다. 무엇인가 그 안에 그려져 있다는 것만을 암시한 채 검정 오일스틱과 목탄으로 깡그리 지워버린 오윤석의 작품은 기억과 망각의 관계에 있어서 블랙의 압도적인 밀폐력을 활용한다. 그러나 작가의 행위의 궤적이나 이전 층의 가장자리는 남아있다. 이전의 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그에게 작품은 자족적인 우주가 아니라 수행의 결과이다. 그것은 해방을 요구하는 억압—또는 억압을 요구하는 해방—이다. 김명진은 먹으로 우주적 암흑을 표현한다, 신비와 우울을 함축하는 깊은 어둠은 빛 또한 내포한다. 먹으로 얼룩진 하얀 종이는 가늘게 썰려 붙여지며 깊은 어둠 속을 이리저리 횡단한다. 횡단의 궤적들은 여러 형상을 낳는다. 빛줄기 같은 선은 암흑 속에 끊어진, 그러나 끊어져서는 안 되는 관계망을 표현한다. 이러한 관계망에는 모빌 같은 소박한 장난감부터 절대적 타자(신)까지 포함된다. 김범중은 모든 사물, 즉 우주에 내재한 고유 진동수를 연필로 표현한다.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이기도 한 진동의 표현은 표면은 물론, 표면 위까지 물질화 된다. 그의 블랙은 정밀한 것을 기록하기 위한 필기구 같은 중성적인 색이다. 빠른 속도가 정지의 느낌을 낳듯이, 계속 진동하기에 멈춰진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사물 내부에서 작동하는 미시적인 것이지만, 그리드 구조로 상징되는 억겁의 계열을 관통하면서 우주적 차원까지 확장된다. 최상철은 자연과 최대한 가까워지려 한다. 그에게 예술은 자연을 추체험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다. 그는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그린다. 자연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따라 그린다. 이때 붓이라는 전형적인 예술적 도구는 물감을 갤 때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자연이 수행하는 게임을 재현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 놓은 판 위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선, 끈, 구르는 돌멩이가 붓을 대신한다. 그에겐 자연이 출발했던 원초적인 지점에 블랙이 있다.



Black'n Black - color of abyss
2017. 8.10 - 8.31
복합문화공간 에무




기획 복합문화공간에무 기획실장 황경희
진행 복합문화공간에무 협력 큐레이터 임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