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숲 Forbidden Forest


금지된 숲 Forbidden Forest
2013.10.25 ~ 11.24


*오프닝 : 2013. 10. 25.(금) 6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부대행사 : <금지된 숲>출간기념회 – 일정 추후공지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10월 25일(금)부터 11월 24일(일)까지 안지미·이부록 2인전 <금지된 숲>을 개최한다.

<금지된 숲>은 새로운 선택에 의해 지워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지미·이부록의 모의 건축행위의 결과물로, 안지미·이부록이 주목한 공원 한 켠의 비둘기집 소실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이제 유해동물이 되어 추방되는 이 조류는 그들에게 주어졌던 터전부터 철거당했다.
이는 단지 한 조류의 문제를 넘어 도시 곳곳에서 재정비촉진사업이라는 동일한 모습으로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재정비라는 표현으로 순화된 재개발은 새로운 것을 생성하고 누군가에게는 획득의 기쁨을 안겨주나 ‘생성과 획득’은 언제나 ‘상실과 소멸’을 전제로 한다.

안지미·이부록은 낡고 불편하여 금지된 것들 그래서 소멸되어가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다섯 개의 숲으로 키워낸다. 금지시킨 이들을 금지하는 다섯 개의 <금지된 숲>은 닫힌 우리(비둘기 장), 그루터기(콜롬바리움), 구도의 우산(스투파), 기억의 억제(무아레), 공간의 원기 회복(리노베이션)으로 명명되어 소생된다.


 



작가노트 

숲1_닫힌 우리(짐승을 가두어 두는 곳)-비둘기장Dovecot, 거룩한 함수( )와의 조우
거룩한 전통에 해당하는 과거와의 대화, 그것은 미래에 대한 질문이고, 지금 여기 이 장소에 금지된 일부 조류의 유해동물 지정, 죽음 상태에 대한 단상으로부터, 재정비촉진사업의 미래형 주거단지 조성 및 일명 뉴타운 건설로 인해, 돌아갈 터를 잃거나 그 과정에 있는 원주민의 장소와 기억에 대한 소거 현상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숲으로부터 격리remove된 목재로 만든 공원의 집단 거주식 기괴한 새집에는 이제 떠난 새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새들이 돌아오지 않는 새집은 이미 기억이 봉인된 상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 구조물의 닫힌 구멍은 한낱 조류에 불과한 어린 동물들이 한정된 시기에 습득해야할 영속적인 행동을 잃은 새장의 아치( )이며, 그들에게 주어진 잔혹함으로 다른 어떤 값을 품을 수 없게 각인된 함수의 아치( )이다. 숲을 빼앗아 만든 구축물에서 새와 조우하기 위해 은신하지만 결국 거룩한 함수만이 입( )을 다물고 있을 뿐.



숲2_그루터기-콜룸바리움Columbarium, 이 세상 너머 미지의 벽감(壁龕)
도시에서 나무tree는 나무이기를 떠나 주거 장소, 목재wood로 중첩된다.(영어wood에는 숲의 의미가 남아있다) 샤먼들의 고향, 영혼의 거처이며, 죽음 이후 사후의 세계와 접속하는 장소였던 숲은 생명체들에게는 선험적 순환의 장이었다. 그러나 은폐된 숲, 떠난 자리 또는 되돌아올 자리의 상실로 실존의 불안을 넘어서는 곳에 도달하면, 그 경계에서 그루터기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흔적은 겹겹이 쌓였으나 비어있는 망자의 기억의 함이다.
도시는 그 중심을 광범위한 전쟁의 기념비로 채우는 한 편, 직접적인 지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어떤 근원적인 얼개로서 오목한 벽감을 비우고(Columbarium), 그 안에서 안식과 정화를, 기원과 회개의 의식을 치른다. 벽감(壁龕)-생명 이후에 남겨진 밑동, 조상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 이러한 건축행위가 상실한 방향감감을 회귀시키고, 돌-나무, 공원-건물 등 금을 그어 만든 이질적 구조의 공간에서, 실재하는 인간과 신성한 자연에 대한 연계망을 갖출 수 있다는 거룩한 실루엣의 원형archetype을 상상하게 된다.



숲3_구도의 우산-스투파Stupa, 성스러운 숲 위의 기념비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정화(불안감의 축출), 의례행위를 위해 인간이 쌓아올린 구도의 우산-스투파(무덤양식의 탑)는 주거지와 노동행위가 행해지는 경작지 이외의 독립된 구조물이다. 신성한 성인의 유물이 안치된 탑 주위를 해의 진행 방향을 따라, 마치 영원한 회귀의 궤도를 따라 돌듯 기원하는 행위가 이뤄진다. 돌이나 나무, 상징물에 경의를 표하는 태도, 우리는 여기에서 원시적 신화가 전통적인 미의 조화를 이루며 흐르는 감성적인 상호작용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무덤건축은 죽음으로서 자연에 회귀하는, 즉 다른 저편의 세계와 경계지점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구도행위이자, 인간이 자연의 구조물인 숲과 대면하는 대표적인 언어방식이었다.
그러나 유해동물 지정, 공원의 비둘기장건축물의 철거, 뉴타운, 갈아엎는 행위는 지속된다. 숲, 그 안의 구성원이었던 조류가 갖추었던 원형의 건축술과 별개로, 근래의 기억이 소거된 시점 직전까지 동물원이나 우리가 아닌, 거의 유일하게 인간이 베풀었던 축소화된 건축형태, 밀집된 주거공간은 이제 이 세상 너머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내뱉은 언어는 집어삼키고, 대화는 덮어버리는 방식이다.
여기에서는 인간들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진화(또는 위협을 받아)해 온 자연의 창조물인 조류의 건축행위를 떠올리며, 인간의 건축양식에 대한 돌발적인 시도를 한다. 스투파, 그리고 비둘기장의 중첩(탑쌓기)을 통해, 구도적 정화기능의 건축행위를 되돌아보는 일, 이는 생물적 다원주의, 신비적 혼합 주의로 확장할 필요도 없이, 환경 공간의 지역적인 맥락을 유지하고, 주변 환경에 개입(간섭)하는 인류위주적 태도에 물음을 제시한다.



숲4_기억의 억제, 간섭무늬 Moire무아레-기억의 기하학
떨어진 나뭇가지를 이용해 매듭이 곧 얼개가 되는 조류의 둥우리 건축술에 반해, 여기서 다뤄질 모의조류건축은 공간의 기억을 서로 각인하고, 이는 숲 공간 위에 이질적인 패턴의 덩어리가 된다. 이전의 원형과 이후의 패턴의 중첩으로 인해 양산된 무아레 건축양식은 고유함과 생경함의 공간을 서로 간섭한다. 공간과 그 안의 기억물질의 성질을 유도해 다루는 간섭의 기호학은 조류와 인간의 주거 최초의 시점으로 되돌아가 잠자고 있던 기억물질들의 입자들을 깨운다.
불러일으켜진 미지에로의 도약,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변화된 가치, 연속적인 표현, 새로운 껍데기, 풍부한 의미의 다원적 복합 공간, 재생산적 첨가는 기존의 양식에 전통적 구조물의 형태를 적용, 흐릿한 경계가 진행 중인 천 개의 개념위에 존재하며 장소-추억을 함유한다. 기존의 형태가 가려진 이상, 자유롭고 단순한 형태로 변형, 조합, 중첩, 회전이 가능하다. 콜라주 개념-의미에 중첩된 이미지-을 조합함으로서 전통적이고 다양화된 이미지를 단편화한 뒤 재구성함으로서 혼성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객체와 주체와의 동일성, 이분법적 병치의 다원적 혼합이며 공존, 다원을 중시했던 페르소나의 한 단면일 때의 실용과 기하학적 정교함을 지니고 분리된 내부와 외부의 평면적 기하학은 타협의 파사드로 표현된다. 새집은 가면이자 이성의 정체 뒤에 숨은 상징이 된다.



숲5_공간의 원기 회복, 갱신renovation-새 건축술의 공유
생동하던 숲의 상실로 인해 도시가 지워버린, 또는 그러한 사건들이 미세하게 반복되어 와해된 풍경을 다시 상징적이고 유기적으로 조직하여 재현하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맞이하는 상실 공간 위에 근대의 기억사물오브제로 덧씌운다. 특히 건축의 비워진 부분들(Columbarium)이나 닫힌 부분들(Dovecot), 그리고 대체하는 부분들(stupa)을 중첩시킨 양식 위에, 오랜 세월 지키고 있던 인접 풍경이나, 분명 근시일내에 소거를 기다리고 있을 사물들을 배치해(moire), 재생의 시간이 소거의 시간을 초월하는 통로로 안내한다. 기능을 배제하거나 변모시켜 원형의 상징을 부각시키는 역할과 다르지 않게, 전통 사회의 저항은 역사의 기억된 사건들로 이어지고, 그렇게 공간은 무의식적으로 유전 암호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구실을 유지시킨다. 이러한 공간의 갱신renovation은 뒤집고 갈아엎는 ‘한국 근현대사 이면의 어처구니 페르소나(Persona)를 어이없게 들통 내는 문화사회학적 측면의 ‘권력지층구조’의 탐색작업이며'(김종길), 투명한 나무로 집적된, 열린 구조의 원형의 숲으로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