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실천 프로그램 '텍스트를 나의 사진 작업으로' 강좌전시 《Transparent Shadows》 2018. 9. 23 - 9. 28








 


 




 
사진은 투명한 그림자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에 찍혀진 대상이 그렇고, 사진의 재현체계가 그것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사진을 보는 관객들의 의식과 사진의 메시지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정확히 사진에 담긴 대상은 여기에 없고 찍혀진 이미지는 분명 과거의 존재했던 시공간을 지시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발생했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주지 안힉 때문에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그것은 다만 추측과 상상만으로 잠시 엿볼 뿐이다.

사진의 의미는 실체가 없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의 재현논리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그것은 퍼즐 맞추기 게임과 같아서 '의미의 논리'로서만 분명해진다. 그 순간 사진의 이미지는 존재론적 사물의 위치에서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도상적인 그림이 되거나, 문자처럼 읽히는 상징 텍스트가 된다. 그것은 더는 사진이 아니다. 마치 투명한 그림자 앞에서 실체가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사진을 보는 지각의 문제는 불특정 과거, 사진의 흔적과 공간 속에서 반사된 빛에 그을린 자국이자 사물이 놓인 사태들의 파편적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그것은 사진 장치프로그램으로 출력되는 자동생성 이미지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순간은 언제나 사진가의 생각과 마음을 자율적으로 담을 수 없다.

누군가 사진에 변치 않는 내 마음을 담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몽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작업 중에는 늘 마음은 흔들리고, 생각은 많다. 사진은 내 마음 같지 않아, 다르게 해석되고 관객의 생각들은 모두 다르다. 생각들은 실체가 없고 일정한 논리의 규칙에서 만든 허상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이성적인 사고는 가장 이미지적일 수 잇는 것이다. 그것은 보면서 전부 믿는 환상이자 보지 않고도 안다고 지각하는 환각이고, 읽지만 본다고 착각하는 이미지다. 나는 생각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생각들은 모두 현실에 없다. 사진을 본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정작 찍혀진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식 속에서 발생한 이미지도상들, 그 체계들 속에서 조합된 허상들을 습관적으로 볼 뿐이다. 그런 보기란 사물을 존재론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요, 사태를 직시하고 보는 것도 아닌 실재라고 믿는 세계에서 만든 이미지들의 조합을 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마치 영화관에 투영된 스크린을 보는 것과 같이 카메라 옵스큐라장치 어둠 속에 투영된 그림자를 보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실체라고 믿는다. 이처럼 보는 것을 모든 믿는 것으로 환원하는 사진은 그 오랜 전통 즉, 사진의 객관적 재현체계의 지각과 사고논리로 귀결된다. 이러한 사진의 세계관은 바르트의 <밝은 방>에서 역설적으로 뒤집힌다. 투명한 밝은 빛 아래 있지도 않은 그림자를 보고 객관적 실체로 믿는 것은 밝은 방의 유령을 보고 놀라는 바보 같은 짓이 이라고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롤랑 바르트 밝은 방을 함께 공부했고, 그 결과물을 여기에 내보인다. 이 글은 수업의 마지막 편지와 같은 서문이다. 어떤 이론적인 자료체도 참조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깨닫는 바르트의 사진의 현상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이론과 실천을 접목한 그간의 과정에서 내놓는 작업들, 우리는 노력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다. 공부란 부디 하나의 답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 과정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다면 좋겠다. 바르트는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알고 나니 명쾌하다.
 
글: 지도교수 이영욱




 








|  전시정보



전 시   제 목      이론+실천 프로그램 '텍스트를 나의 사진 작업으로' 강좌전시 《Transparent Shadows》 
전 시   기 간      2018년 9월 23일(일) - 9월 28일(금) *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관 람   시 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전 시   장 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작가와의대화     2018년 9월 26일(수) 5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