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짓기



2015년 복합문화공간 에무 정기 공모 작가지원 전시

박종찬 개인전 - 낭만짓기
2015.04.10 ~ 05.02

*작가 : 박종찬
*오프닝 : 2015년 4월 10일(금) 오후 6시
*후원 : 복합문화공간 에무, 사계절출판사, AGI Society

 


에무 UM(under movement)──비포장 도로에는 차선과 신호등이 없다.

이해하다가 영어로는 understand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의 아래에 서야 한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세상의 아래에 서야 한다. 에무(EMU)가 영화, 공연, 미술, 유튜브 분야에서 펼치는 UM(under movement)은 ‘소통불능과 모노로그식 세상’의 바깥/아래에서 발언하려는 예술운동이다.
 


작가 노트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라고 많이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독자적인 존재보다는 메뉴얼화 된 대체가능한 존재들이 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슬프게도 각자가 보내는 시간들은 갈수록 틈이 없고, 메뉴얼은 점점 더 견고해져 간다. 황세준 작가의 글 중에 “길치에게도 길이 있다. 헤매도 그가 가는 것이 그의 길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원칙적으로 거기에는 모종의 평등이 있다.” 라는 글이 마음에 들지만 길치에게도 길이 있다는 것은 정말 낭만적이고 이상적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그 낭만적 이상적인 것들은 계속되어야 한다. 생물은 크기와 수명이 달라도 일생동안 비슷한 심박수를 가진다고 한다. 가진 에너지가 누가 많은 것이 아니라 어느 만큼의 시간과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느냐의 차이로 수명이 결정지어진다. 그들 평생의 에너지가 우열을 가릴 만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가 아닌 실제로도 길치인 내가 가는 길도 길일 것이고, 내가 작업을 하는 것도, 그저 그런 경제력으로 연명만 하고 있는 내 삶에서도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 또한 그 누구보다 의미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항상 헛발질하는 나 자신을 작업에 연결시키고 있다. 어떤 일이 꼭 메뉴얼대로 수행된다거나, 포만감 느껴지는 일이 아니더라도 가치있는 의미들을 간직하고 있다라고 작업을 통해 전하고 있다. 메뉴얼대로 수행할 수 없는 사물(공구),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것, 우열의 관계들을 뒤섞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길치는 언제나 목적지 그 언저리를 헤매이지만, 때론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의미있다 생각된다면 포만감 없는 일에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필요가 있다. 내 선생님은 내가 0을 만들겠다 했더니, 0이 빵이 되기도 한다고 하셨으니. 어쩌면 0을 만드는 일이 포만감을 만드는 일이 될 때도 있을지 모른다. 결국 인생을 만들고 목적물을 만들 때 정해진 매뉴얼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헤매다보면 맞춤식 메뉴얼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박종찬